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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식 애정표현
장홍홍
2008. 9. 18. 10:10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 부부도 우리만의 독특한 애정표현이 있었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듯 재미나고 우스운 몸짓들이었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가 남편은 내 손을 느닷없이 무척 아프도록 꽈악 쥐어 주었다. 그건 단순 명쾌한 그이의 시처럼 아내의 가슴에 와 닿는 천상병식 애정표현이다.
아내가 사랑스러울 때. 예뻐 보일 때 그렇게 말없이 손을 꽉 쥐어주는 그 행위는 애틋하기 그지없는 그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제스처였다.
그리고 변덕스럽고 벽창호 같으면서도 남편만의 수줍고 내밀한 표현수단도 있었다.
내 방으로 건너와 있을 때 유리창 너머로 내 얼굴에 날아와 박히는 시선을 느끼곤 얼굴을 그쪽으로 돌리면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딱 마주치는 남편의 눈이 있다. 그 순간 남편은 수줍어서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그냥 지켜보다가 살며시 눈을 떠보는 남편과 또 눈이 마주칠 때 내가 오른손을 들어 치는 시늉을 하면 그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에끼! 하는 표현으로 응수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으뜸은
물론이지만
아내 이외일 수는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 천상병
아내를 가장 좋아한다고, 남편은 고백시를 썼지만 나는 즐겨 우리 사이를 묻고 남편은 기꺼이 대답하곤 한다.
"마누라가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고맙지, 고맙지, 마누라가 고맙지요, 저는 순전히 마누라 덕택에 살지요"
"마누라를 사랑해요?"
"사랑하지요, 사랑하지요."
"그런데요, 누구를 제일 사랑해요?"
"내 아내를 제일 사랑하지요."
"옛날부터 좋아하셨어요? 옛날부터?"
"물론이지요, 제가 옛날부터 마음속에서 사랑했지요."
결혼하기 전부터 마음에 있었다고 말해주던 남편은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이야기해, 너도 그렇게 이야기해" 하고 내게 다짐받기를 바랐다.
'물론이지요, 선생님 하나밖에 없지, 내게 누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할게요. 나도 옛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었지요. 하늘로 돌아가신 지금도 당신만 사랑하고 있지요. 내가 뒤따라 갈 때까지 그곳에서도 나만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해요. 그 곳에서 만나면 이상한 부부라 손가락질 해 보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겠지요.'
하늘에 있을 남편이 내 마음의 다짐을 들으면 아마도 정답게 나를 부를 것이다.
"문둥아, 문둥아, 문둥아!"
아내가 사랑스러울 때. 예뻐 보일 때 그렇게 말없이 손을 꽉 쥐어주는 그 행위는 애틋하기 그지없는 그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제스처였다.
그리고 변덕스럽고 벽창호 같으면서도 남편만의 수줍고 내밀한 표현수단도 있었다.
내 방으로 건너와 있을 때 유리창 너머로 내 얼굴에 날아와 박히는 시선을 느끼곤 얼굴을 그쪽으로 돌리면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딱 마주치는 남편의 눈이 있다. 그 순간 남편은 수줍어서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그냥 지켜보다가 살며시 눈을 떠보는 남편과 또 눈이 마주칠 때 내가 오른손을 들어 치는 시늉을 하면 그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에끼! 하는 표현으로 응수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으뜸은
물론이지만
아내 이외일 수는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 천상병
아내를 가장 좋아한다고, 남편은 고백시를 썼지만 나는 즐겨 우리 사이를 묻고 남편은 기꺼이 대답하곤 한다.
"마누라가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고맙지, 고맙지, 마누라가 고맙지요, 저는 순전히 마누라 덕택에 살지요"
"마누라를 사랑해요?"
"사랑하지요, 사랑하지요."
"그런데요, 누구를 제일 사랑해요?"
"내 아내를 제일 사랑하지요."
"옛날부터 좋아하셨어요? 옛날부터?"
"물론이지요, 제가 옛날부터 마음속에서 사랑했지요."
결혼하기 전부터 마음에 있었다고 말해주던 남편은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이야기해, 너도 그렇게 이야기해" 하고 내게 다짐받기를 바랐다.
'물론이지요, 선생님 하나밖에 없지, 내게 누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할게요. 나도 옛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었지요. 하늘로 돌아가신 지금도 당신만 사랑하고 있지요. 내가 뒤따라 갈 때까지 그곳에서도 나만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해요. 그 곳에서 만나면 이상한 부부라 손가락질 해 보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겠지요.'
하늘에 있을 남편이 내 마음의 다짐을 들으면 아마도 정답게 나를 부를 것이다.
"문둥아, 문둥아, 문둥아!"
-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 목순옥여사가 쓴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 중에서 특히 감동 받았던 부분을 직접 옮겼다. 이 부분을 끝으로 책이 마무리 되는데, 읽을때마다 어김 없이 눈물이 나곤 한다. 불행한 부부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이토록 서로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그런 짝을 만나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 한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