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
장홍홍
2010. 12. 14. 02:06
어제저녁에 내렸던 비가 오늘아침까지도 내리고 있었다.
나직히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건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한참을 창가에 서서 비내리는 오전을 내다보았고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의 아침을 상상하기도 했다.
나처럼 이런 날을 좋아하는 누군가들은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창밖을 보며 차를 마시고 보들보들한 음악을 듣기도 했겠지.
혹은 맛있게 담배를 피고 그 연기를 보고 옛생각들을 하기도 했겠지.
내일은 엄청 추워지고 수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는데
그 전야제 치고는 매우 평온한 하루였다.
*
이번주는 집에서 끈기를 요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나는 집을 쉬는 곳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일하는 일터로 인식하기도 해야 한다.
사실 집에서 잠만 자기에는 매달 내는 월세가 아깝지 않는가.
집과 작업실 개념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주 작은 몇가지를 지키고자 한다.
우선 아침 9시 전에 일어날 것.
그리고 세수를 할 것.
화장을 할 것.
방에서 거실로 출근할 것.
수면바지는 잠잘 때만 입을 것.
(보들보들해서 요즘 매일 입고 있는데 홍이도 보들보들한걸 좋아하니
컴퓨터앞에 앉아 작업할때면 항상 무릎에 꾹꾹이를 하며 엉겨붙는다. 그러다 자면 나도 같이 자곤 한다. 아주 최악이다.)
그리고 남들처럼 6시에 퇴근하도록 애써 볼 것.
아. 1월이면 이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지나간다. 지나가. 이 역경은 반드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