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생각

이별의 기억

장홍홍 2011. 1. 12. 02:43

이별에 대한 다큐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

그 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 거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혹은 견디며 괜찮아지는 과정.

곧 허물어지게 될 오래된 동네의 이야기.

오래 쓴 물건들을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것들.

그 오래된 물건이 누군가에게 흘러들어가 새롭게 쓰이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 늙어가는 것. 엄마아빠의 흰 머리.

군대가는 아들들과 그들의 부모, 그들의 친구, 그들의 연인.

죽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남겨진 사람들.

 

여튼 남녀간의 이별만이 아니라 이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해서

장기프로젝트로 찍어보는 거지.

주제가 다소 관념적일수 있겠지만 그건 열심히 기획하면 될 테고.

 

결국 이건 나를 위한 프로젝트긴 한데

이별을 혼자 견디는 것이 두려워서다.

술퍼마시고 처량맞게 울고 소리지르고 다시 매달리고 자학하는 소모적인 과정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생각한 것이 이별의 기록에 대한 다큐라니.

근데 괜찮지 않나? 썩 괜찮은 것 같은데.

살면서 인생의 한 부분을 기록하는 것,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