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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신애

장홍홍 2012. 10. 9. 00:17

용서는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와 능력의 문제다.

정말로 용서하려면 납치와 죽음을 둘러싼 인과를 완전히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 새로운 인과의 장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선 신체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강해야 한다.

하지만 신애는 더할 나위 없이 연약하다.

벌레를 보고도 기겁을 할 정도로.

실제로 신애는 교인이 된 뒤에도

사랑과 행복에 대한 판타지를 한가지도 떨치지 못했다.

하느님의 품에 안긴 이후, 그 망상은 오히려 중폭되었다.

더 사랑받고 싶다는, 사랑받을 때만이 행복하다는.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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