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온갖 무례한 사람들. 그들이 나에게 행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제 그들에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기이다. 여자 서른이니까!
여튼 난 비폭력주의자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28살 까지 일하고 놀기를 반복하며, 일하는건 싫고 노는건 좋고, 하지만 일은 해야겠고 일을 하면 놀수 없고.
내 인생에 대해 도통 모르겠다가
브로컬리와 양배추. 위대한 채소들을 만나면서 간간히 육식을 해주는 선택형 채식주의자로 발돋움하면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욕정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 밖에 것들 있지않은가. 거 왜.. 쓸데없는 술자리, 쓸데없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시간들 속에서 외로움, 쓸쓸함들은 커져갔고 그들과의 대화,웃음은 소모적이고 공허하기만 했다.
당황스럽지만 자연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들을 그때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튼 화류계를 떠나는 큰 결심을 하고
누누히 외치고 다니는 평화자유건강!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지만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으로서는 조금의 악착본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슬픈 현실)
무례인들에게 대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들처럼 똑같이 무례로 대처하는건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일련의 일어난 사건들을 종합해 무례상황에 대처했던 나의 미흡했던 행동들을 진단해 봐야겠다.
사건1 부산지하철사건
송희랑 부산에 놀러가서 지하철을 탔다.
자리에 앉으려니 마주보고 1좌석씩 자리가 있어 잠시 우왕자왕하다가 떨어져서 앉았다. 잠시 후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자리들이 많이 남았다.
송희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한칸 옆으로 가더니 사이 한 자리를 비우고서는
"여기와 앉어!"
"...... (뭐지.. 나한테 하는 말인가..)"
"(약간 호통을 치면서)친구랑 같이 앉으라고 내가 일부러 자리 비워줬잖아! 와서 앉으라고!"
"네?"
나는 쭈뼛거리며 송희 옆으로 가 앉았다.
근데 왜 처음보는 나한테 반말을 한거지. 그 남자는 그리 늙은 남자도 아니였고 많아봤자 마흔정도 밖에는 안보였는데.
왜. 나한테 반말을 한거지.
점점 기분이 나빠져 들릴 듯 말듯 혼자말을 했다.
"근데.. 처음보는 사람한테 반말을.... 그건 좀....."
물론 그 사람한테는 들리지 않았겠지.
아 정말 한탄할 일이다.
여기서 내가 "아저씨!!!! 저 서른이거든요!!!!!!!!!!!!!!!!!!!!!!!" 이랬으면 속이 시원했을까...
사건2 문구점 사건
사무용품을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역시나 마흔정도 되보이는 아저씨가 반말을 찍하고 웃기지도 않는 농을 건다.
아놔.. 이번에는 정말 기분이 나빠서 정색을 하고 최대한 똑똑해 보이게 성숙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했다.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뭐라고 하신거에요?
이번에는 조금 먹혔는지 아저씨가 바로 존대말로 말을 바꾼다. 내가 어린 여자인줄 알았는 자세히 보니 먹을만큼 먹은 여자로 보여서
바로 자세를 바꾸는 것 같았다.
이 두 사건을 종합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사건 당시 나는 일반적인 성인여자의 차림새가 아니였다는 점과 웃고 있었다는 점.
언제나처럼 마음대로 걸쳐입은 의상과
언제나 처럼 해맑게 웃는 낯짝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일단 허름해 보이고 순해보이면 바로 공격을 당하게 된다.
반면 화장과 여성스러운 정장, 아나운서같은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면 언제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이건 친구 진영이 알려준 방법이며 실제로 시도해서 찬란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난 늘상 허름하고 어눌하다. 하지만 그런 점이 이제 싫지 않고 내 개성이라고 인정하게 됐다.
이 사회는 나의 개성을 비정상적이고 미흡하다고 분류한다.
난 평화롭고 현명한 방법으로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고 싶다.
이 세상의 온갖 무례한 것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좀 더 치밀한 연습과 혹독한 실전연습 후에
밝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