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에 대고 많은 말을 하는 편은 아니다. 할 말만 하고 끊거나, 아니면 문자를 보내는 편이 훨씬 간편하고 깔끔하다.
말이 길어지면 구차해질뿐.
하지만 오늘 같이 우울한 밤 (일요일을 온통 빈둥거림으로 보내는건 너무 우울하다, 결국은 매번 빈둥거리면서.)의 긴 통화는 위로가 된다.
1시간가량의 귀가 후끈거리는 전화통화.
1시간이 모두 대화로 채워지는건 아니다. 한숨을 쉴 때도 있고 서로 아무말도 없이 잠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손톱을 깍기도 하고 심지어는 화장실도 간다.
굳이 한 시간 모두 얘기하지 않았어도 저쪽에서 들리는 숨소리 달그락달그락 움직이는 소리.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위안이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