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사는

나비야

장홍홍 2011. 2. 20. 02:25

 

옆집 인쇄소에 살던 나비.

작년에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었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면 기가막히게 문 앞에 찾아와

"홍이 오빠랑 놀아도 돼요?"라고 묻고

홍이를 내보내면, 홍이는 툴툴거리며

"아. 왜 또 왔어"

귀찮은 듯 나가지만 예쁜 나비와 미친듯이 숨박꼭질을 하며 놀곤했다.

나비가 밤이 되도 갈 생각을 안하면

난 창문을 통해 옆집아줌마에게

"오늘 나비 자고 간데요!! 내일 보내도 되요?"

그러면 아줌마는 호호호 웃으며

"그래 나비 잘 놀다 오거라" 그랬다.

 

항상 놀러오던 나비가 발길이 뚝 끊긴게 작년 가을 쯤.

나비가 집을 나갔다.

애교가 많아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욕심을 냈고

나비는 우리집 말고도 세 네집 살림을 한 모양인데

누군가가 데리고 간 모양이라고 한다.

그 후 초 겨울 쯤 가까운 어느 골목길에서 우연히 나비를 만났었다.

나비는 건강하고 깨끗해 보였고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새로운 주인을 자신이 택한 모양이다.

나비가 나를 알아봐줘서 무한 감동이었다.

원래 주인에게 데려다 줄까 생각했지만

그냥 인사를 하고 돌아왔었다.

나비는 이곳 저곳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진짜 고양이였고

데려다 준다 한들 방에서 기르지 않는 한 또 어딘가로 떠날 테니까.

한창 추운 날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는 요즘

나비가 겨울을 무사히 보냈는지 궁금해지며

나비가 보고싶어 졌다.

 

 

 

홍이도 나비가 보고 싶지 않을까.

나비가 놀러오면 홍이는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점잖을 떨며

뚱 해 있곤 했지만

나비의 적극적인 애교공세에 어버버하곤 했다.

 

 

 

조심히 똥구멍 냄새도 맡고.

 

 

나비가 귀를 물어 뜯어도 싫지 않은 듯 대주고

 

뒹굴뒹굴 참 신명나게 놀았었다. 두 놈이.

 

요즘 홍이는 덩치 큰 놈이 어린냥은 잔뜩 늘어가지고

아주 그냥 가관이다.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게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홍이의 유일한 고양이 친구였던 나비가

보고싶고 그리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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