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아토포스

장홍홍 2008. 9. 18. 10:24

아토포스 ATOPOS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을

'아토포스'로 인지한다.

이 말은 예측할 수 없는,

끊임없는 독창성으로 인해

분류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빛나는 독창성 앞에서 나는 자신을

아토포스라고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분류되었다고 생각한다.

(친숙한 서류마냥) 그렇지만 때로 이 고르지 못한 이미지들의

유희를 정지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왜 나는 그 사람만큼 독창적이지도 강하지도 못할까!)

그리하여 독창성의 진짜 처소는 그 사람도 나 자신도 아닌, 바로 우리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쟁취해야 하는 것은 독창적인 관계이다.

대부분의 상처는 상투적인 것에서 온다.

모든 사람들처럼 사랑해야 하고, 질투해야 하고, 버림받아야 하고, 또 욕구불만을 느껴야 하고 등등.

그러나 독창적인 관계일 때에는 상투적인 것은 모두 흔들리며,

초월되고, 철수한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질투 같은 것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장소도 토포스(topos)도 어떤 '결론' 이나 담론도 부재하는 이 관계에서는.

 

사랑의 단상/ 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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