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 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 해서든
언어로 바꾸어 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아무에게도 전할 수 없었고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전할 수 없어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나의 마음을 닫아 갔다.
깊디깊은 슬픔에는 눈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도 없는 것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