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장홍홍 2008. 12. 13. 02:38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 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 해서든

언어로 바꾸어 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아무에게도 전할 수 없었고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전할 수 없어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나의 마음을 닫아 갔다.

 

깊디깊은 슬픔에는 눈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도 없는 것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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