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실액기스폭발사건

장홍홍 2009. 8. 21. 00:32

 

 

2009년 8월 20일 저녁 9시 30분

 

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온 사이

고양이 홍이가 언제나 그렇듯 주방을 채식주의 컨셉으로 어질렀다.

바구니에 담겨있던 감자 양파 고추를 다 꺼내서 공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홍이는 전생에 채식주의자였을 거다. 내가 없을 땐 언제나 채소들과 함께 한다.

암튼 내가 소리를 지르자 홍이는 재빨리 냉장고 위로 올라가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굉장히 얄미웠다.

청소를 하다가 며칠전에 이모가 주신 매실액이 담겨진 PT병을 발견했다.

뚜껑이 불룩하게 부풀어 올른거 말고는 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뚜껑을 반쯤 열고 있을때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형 트럭 바퀴바람빠지는 듯한 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퍼어엉!!!

..............................................

..............................................

..............................................

 

 

천장까지 날아올랐던 병뚜껑이

우아하고 고요한 호를 그리며 바닥으로 '동동동 동그르르' 떨어졌다.

귓속이 '윙'

한동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윙'이였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눈은 아마 굉장히 큰 동그라미가 된 상태였겠지.

정신을 차리고 냉장고 위 홍이를 봤더니 홍이 눈도 굉장히 큰 동그라미였다.

둘이 한 동안 큰 동그라미 눈을 하고 꿈뻑거리기만 했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

굉장히 큰 폭발음이였고

일상 생활공간에서 그렇게 놀라보기도 처음이였다.

 

매실액기스를 실온에 두면 부글부글 가스가 차서

터질 수 있으니 종종 뚜껑을 열어두거나

냉장보관해야하는

생활 속 지혜를

충격요법을 통해 터득했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0) 2009.09.30
친구들에게  (0) 2009.08.24
새벽잠  (0) 2009.08.06
호박잎  (0) 2009.08.05
달.밤  (0) 200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