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청춘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는 국경이 없고, 아무런 한계도, 어떠한 보호도 없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이쪽으로 쫓겨난 탓인지, 이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들을 건네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리 마음이 의지할 수 있는 신을 마련해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신이 없는 세대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과거도 없으며, 감사할 아무런 것도 갖고 있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은 우리의 발과 가슴을 따가운 길거리, 그리고 한 길이 넘게 눈이 쌓인 길거리에서 헤매게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이별을 모르는 세대가 되도록 하였다.
우리는 이별이 없는 세대다. 우리는 이별을 체험할 수도 없고, 또 체험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자칫 발길을 잘못 두면 거리를 헤매는 우리의 가슴에는 영원한 이별이 못박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아침에 이별을 보게 될 하룻밤을 위해서 우리의 가슴이 조마조마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이별을 극복할 것인가?
그대들, 우리와는 다른 그대들처럼 이별을 겪으면서, 그대들과 같은 이별을 그때마다 우리가 맛보려고 한다면, 우리의 눈물은 어떠한 둑도,
그 둑이 설령 우리 조상이 쌓은 것이라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홍수로 흘러 넘치게 할 것이다.
그대들 체험한 것처럼, 1킬로미터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별을 일일이 체험할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의 가슴이 침묵한다고 해서 우리 가슴이 말할 소리가 없다고 하여 그대들, 말하지 말라.
그럴 것이 우리의 가슴은 서로서로의 만남, 이별과 같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가슴이 우리가 당하게 될 모든 이별에 다정하게 슬픔을 나누고 위안을 나누면서 다시 힘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엔 참된 이별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이별은 그대들의 그것에 비해 쉴새없이 일어나는 것으로서 그때마다 우리의 민감한 가슴에서 일어나는 외침이 크게 자라나, 그 결과 그대들은 매일 밤 그대들 침대에서 우리를 위한 신을 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듯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별을 부인하며, 우리가 떠날 때엔 아침마다 이별을 잠들게 한다. 이별을 막고 이별을 아낀다.
우리들을 위해서, 또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을 아낀다.
마치 도둑처럼 이별 앞에서 몸을 숨기며 사랑을 가진 채 이별을 남긴다.
-이별없는 세대 / 볼프강 보르헤르트